영등포는 구시가지여서 오래된 건물들도 많고, 도로나 전선이 잘 정비되지 않은 곳도 많다. 좁은 골목들도 많고, (점점 사라지고 있긴하지만) 문래동 처럼 작은 공장들이 있는 곳도 있다. 많은 주민들은 '이것'들이 있어서 싫어하는 것 같다. 무조건 싹 밀어내고 아파트 새로 지어 올릴 생각에 눈이 벌개져 있다. 하늘 높이 올라가 있는 저 추악한 욕망의 상징 아파트. 난 아파트들이 참 꼴보기 싫다.

영등포에는, 있어서 싫은것만 있는건 아니다. 없어서 아쉬운 것도 있다. 영등포에는 산이 없고, 대학이 없다.
산이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산 대신 한강과 안양천이 있지만 그래도 산의 빈자리를 강이 채워줄 수는 없는 법. 영등포에 산이 없는건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대학이 없다는건, 다른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문화적 공간의 부족, 최신의 흐름과 분위기에 둔감, 특정한 동네의 색깔 없음과 바로 연결이 된다. 서울은 웃기게도 대학과 그 주변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문화적인 공간이 생기고, 그것들이 모여 다시 동네의 색을 이룬다. 대학로가 신촌이 홍대주변 등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영등포에 대학이 없어 아쉽다는 것은, 영등포에 젊은이들의 문화적 기운이 발산되는 공간이 없어 아쉽다는 의미이다.



지역의 컨셉 키워드는 '작은(옹기종기, 소품종, 유니크)' '만들어냄(창조, 제작, 생산)'! 

작은 공장들이 모여 카랑카랑 쇳소리를 내며 기계의 부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충분하게 지역의 색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공장들이 높아지는 땅값과 경기 침체 등등의 이유로 더이상 공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경기도로 옮기고 있는 중이라 그것도 하양곡선이다. 그렇다고 싹 밀고 아파트 지어 올려? 아,,,,, 그게 뭔가... 아파트에 사는 사람만 딥따 모인다고해서 지역에 색이 입혀 지는건 아니다. 그래, 제발 그런식으로 서울을 모두 아파트 천지로 만들지 말자. 제발...
과거의 특색을 싹 없애버리지 않으면서, 그 토양과 조건을 잘 살려, 새로운 문화의 흐름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 영등포엔 그것이 필요하다.
살려야 할 것은, '작은(옹기종기, 소품종, 유니크)'과 '만들어냄(창조, 제작, 생산)'!
버려도 되는 것은, '아파트 지어 올리는데 올인하는 못된 버릇'



서울의 몽마르뜨, 문래동 :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터가 되다.

얼마전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을 들었다.
문래동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촌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임대료가 싸서. 작업실로 쓰기 쉬운 천장높고 넓은 공장공간이어서.

아! '작은'과 '만들어 냄'에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지다니!
오래된 건물(싼 임대료), 작은 공장들이 만들어낸 소박한 공간은,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최적의 작업/전시장이 된 것이다. 그들은 꼼지락꼼지락 거리면서 문래동 골목에서 유니크한 작품을 창조해 낸다.

<<문래동 예술가촌 관련 기사 (시사인)>>

* 예술공단 문래동을 아십니까?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11



예술가들은 일차적으로 임대료 싼 작업장을 찾아 그리고 비슷한 꿈과 생활 방식을 가진 친구예술가들을 찾아, 끼리끼리 집단을 이룬다. 아마도 예술가라는 직업, 자신이 선택한 삶의 형태가 전혀 '이상한것' 이 아니다라는 것을 동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확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그곳이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가 창조되는 공간으로 기능하여, 예술작품의 생산공장이 되거나 관광명소가 되는 사례는 종종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 피카소, 르누아르, 고흐, 로크레크 등 가난한 화가들이 모여 예술가촌을 형성했던 파리 몽마르뜨 언덕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프랑스 문화성과 파리시의 지원을 받는 파리 국제예술공동체의 형태로, 시청과 몽마르뜨 언덕 주변에 180여개의 아뜰리에가 모여 예술가촌(cite des Arts)을 형성하고 있다. 그곳에서 예술가들은 생활도하고 창작, 전시, 교류 활동을 한다. 물론 어두운 면도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어, 카바레 등의 유흥업소가 난립해버린 것이다. 임대료가 엄청나게 오르고, 상업성이 짙어지자 예술가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부유한 계층이 자리잡는 추세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관광객과 파리지앵이 동네 한자리씩 차지하고, '몰아냄' 없이 서로 뒤엉켜 삶을 창조해 가고 있다. 말끔함이나 세련됨과는 거리를 둔채로.

미국 뉴욕에도 있다. 이 지역은 문래동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맨해튼 서남쪽의 트라이베카지구와 강 건너 브루클린 지역의 덤보지구, 역시 다리 너머에 있는 퀸스 지역의 롱 아일랜드 시티지구에 예술가들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 임대료 상승을 피해 옮겨 다니면서 세개의 지구에 예술가 촌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함께 모여 교류하면서 동네에서 전시도 하고 축제도 벌인다. 일명 오픈스튜디오. 어렵지 않다. 각자의 작업장의 문을 열어서, 사람들을 드나들게 만들면, 근사한 미술관이 되는 것. 그것을 통해 그들은 언론과 접촉하고 미술비평가들과도 만난다.  뭉쳐서 스스로의 살 길을 찾아 낸 것이다.

가난하고 젊은 예술가들은 마법사다. 그들이 모이는 곳은, 비록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동네는 아니지만, 점차 그들의 작업장에서 새어 나오는 창조적 에너지가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어 동네의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이디어가 넘치고 재기발랄한 예술가들이 모여 있으니, 곳곳에 창조적 생산물이 넘쳐 날 것이고, 그곳은 개성이 살아있는 도시의 아이디어 뱅크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지역에 특색이 생기고, 특색이 생긴 그곳은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인간들도 꼬인다. 제길 )



그들의 창작 공간/삶의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국공립 창작 스튜디오가 있긴 하다. 그러나,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 뿐이다. 그리고 건물 지어놓고 사람 집어넣는다고 '창작'이 '문화'가 되는게 아니다. 각종 지원과 교류 프로그램 등의 '컨텐츠'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마인드도 재정적 지원도 많이 부족하다. 심지어 출근체크 기기 까지 있다고 하던데... 이래서야 자율성이 보장되겠느냔 말이다.
서울시가 문래동 예술촌을 지역특성을 살려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하면서 별다른 고민없이 또 새 건물 지어서 사람들 밀어넣는 형태로 개발을 하려고 한다. '유지'와 '지원'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뻔한, 개발과 자본의 논리만이 있을 뿐이다.

"삶과 창작, 전시와 소통이 경계없이 뒤엉켜 있는 용광로가 창조의 보고이다!"

문래동 예술가촌을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문화적인 생산과 교류가 잔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이 지역을, 살렸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개발이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이 만드는 거 아닌가. 제발 제발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진짜로 아파트에 혈안에 된 개발업자들에게 밀려 예술가들이 또 보따리지고 내쫓기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