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8.19 푸른 끝에 서다
  2. 2009.05.17 휴가 나왔던 그를 다시 돌려보내고 나서 (1)
  3. 2009.04.19 면회

푸른 끝에 서다

鑑賞 2009.08.19 11:57 posted by 차완무시
푸른 끝에 서다. 1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고영일 (새만화책,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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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 아니 잊고 싶어서 억지로 지워버린 기억을 끄집어 내서 기록하고, 또 공개하는 건.
어쩌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기억과 경험으로 인해
어떤 누군가에게 지독한 욕을 먹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불신의 이유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경우엔
곱절의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장면장면, 찌릿찌릿해서 보는 내내 혼났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약간 울컥했던 마음이 차분해 진다.
상처에 어느새 새 살이 올라와서 맨질맨질 해진 느낌. 나도 모르게 위로가 된 모양이다. 

군대나 학교에서 작가와 비슷한 상처를 경험한 이들에게 먼저 권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같은 무게로 권한다.


고영일 작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휴가 나왔던 그를 다시 돌려보내고 나서

雜想 2009.05.17 22:27 posted by 차완무시

잘 들어갔을까?
그가 날 보며 마지막으로 지은 표정이 자꾸만 생각난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딱, 그랬다.
아.
그가, 치기 어린 꼬꼬마들의 비열한 '갈굼' 에 '심드렁' 할 수 있는,
무딘 감정을 가진 이였으면 좋으련만......
휴.
순두부 같은 마음에 또 큰 상처가 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어째서, 군대란 곳은 그 모양일까.
그렇게 젊고 혈기왕성하고 긍정적인 사람들을 모아 놓고선, 그 에너지들을 어째서 그 모양 그 꼴로 소진시킬까...... 참으로 이해가 안 가는 집단이다.
길을 걷다가 그가 거기서는 할 수 없는 몇가지를 이야기 해줬는데,
나는 계속 '대체 왜?' 라고 되물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금지 조항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군대에 이유가 있을리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을거다. 궁금해도 왜냐고 물을 권리도 없을테고.
밖에서 바라보는 나도 이해가 안가고 답답해 죽겠는데, 그는 오죽 하겠는가.
그런 곳에서 지내고 있으니, 당연히 우울할 수 밖에 없다.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징징거리는 모습만 보여주는 거 같아 미안하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무리해서 웃고 있는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나는 못되게도, '그러지마' 라고 말하지 않았다.
(심통을 부린 건 아니다.)

다시 군대로 돌려보내고 나니 후회가 된다.
힘들면 얼굴을 찡그리는 게 당연하다고, 너 지금 힘드니까 힘든 표정이 나와야 자연스럽다고 말해 줄 걸.

그가 휴가 나오기 전 사실, 이런 생각을 했다.
"서로 힘든 걸 푸념하자면 끝이 없을테고 그러고만 있으면 허락된 짧은 시간동안 울고 짜고만 하고 있을 것 아닌가.
그건 쿨하지 않아."
강박처럼, '쿨하게'에 집착했다. (내가 사실 그다지 쿨한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그와 만나는 시간 동안 그렇게 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보내고 나니,
어설프게 '즐거움'에 집착해서, 순간만 신날 뿐 돌아서면 씁쓸한 기억을 남기는 거 보다,
그냥 솔직하게 부여 잡고 울고 짜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속이라도 좀 후련했을텐데......

그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사과할 수 없어서 너무 슬프다.


면회

雜想 2009.04.19 19:01 posted by 차완무시


상황와 여건이 극단적으로 통제되어 있으면,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만나게 되는 '면회'라는 당근에도 무척 감사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렇다.
그렇게 만든 존재 또는 원인을 부정하거나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제공하는 약간의 달콤함까지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보고싶은 마음이, 안녕을 확인하고 싶은 안타까운 바람이
완전하고 순결하게 '통제하는 것'에 대한 거부를 할 수 없게 만든다.


간절히 원해서 '면회'라는 걸 한 건, 두번의 경우가 있었다.
구치소 면회와 군대 면회.
지금도 난 그들를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만든 원인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멀쩡한 학생을 잡아간 공권력을 지금도 이해할 수 없고,
한국의 군대라는 조직이 지금같은 형태로 존재해야 할 필요성도 전혀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 내가 만나고 싶어한 그들은,
그때도 지금도 그 통제와 감시의 공간에 갇혀 있다. (이건 뭐, 대체 어째서!!! 팔자 한번...)

오래전 구치소에 있던 그 사람을 만날 때는,
시간도, 공간도, 방식도  너무나 제한적이어서,
만나고 오는 길이 언제나 허무하고 화가나고 슬폈다.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것이 더 나을거라는 생각을 매번 했다.

오늘, 군대 면회에 가서 그를 만나니 (물론, 앞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많이 다르다. 그곳도 물론 시간도 공간도 방식도 제한적이긴 하나,
손을 잡을 수 있었고, 함께 무언갈 먹을 수 있었으며, 4시간이라는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무엇보다 함께 걸을 수 있었고, 근접한 감시도 없었다.
무언가 그리움이 해소된 느낌,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 마치 공원에 가서 즐거운 데이트를 한 기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그리움과 답답함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당근'일 뿐이다. 
면회 때 그런 배려를 한다고 해서 '군대'에 대한 내 인식이 바뀔 리도 없다.

하지만, 고마웠다.
고마움의 대상이 온전히 '군대' 나 해당 '부대'인 건 아니지만.
오늘 만큼은 그들이 '면회'라는 제도를 만든 궁극적 의도에 나와 그가 확 걸려들었다 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와 잠깐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존재에게, (특히, 국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