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것

3초 이상 본 2009.02.12 11:36 posted by 차완무시

1초. 새삼스럽게 바라본 이유
사실, 지하철에서는 책도 읽고, 졸기도 하고, 콧구멍도 파는 다양한 개인적 행위가 벌어집니다.
이런 행동들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으면서, 유독 화장하는 것을 언급하는 건, 어쩌면 여성들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고 규제하지 못해 안달 난 못된 시선들 중 하나군 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전 그런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화장을 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 바람직하지 않는가라는 판단은 꾸미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생각들이 있겠지요. 저는 꾸미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잣대를 밉게 보는 편입니다. 예쁜 연예인이 상종가인데 성형하는 것은 별로고, 화장한 여성을 보는 것은 당연한데 화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싫다니요.
또 화장이 똥 싸는 것처럼 독한 냄새와 현란한 소리로 옆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쩍 벌린 다리처럼 옆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불편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공공장소에서 하지 말아야 할 혐오 행동으로 분류하는 것도 납득이 잘 안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삼 오늘 제가 화장하는 장면에 시선을 집중했던 이유는,
하나는, (통념상) 사적인 공간에서 하는 일로 여겨지는 '화장'이라는 것을 공공의 공간에서 해야 할 만큼, 분주한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의 고단한 삶을 이 장면에서 새삼 절절하게 느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화장을 하는 행위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쯧쯧 혀를 차고 손가락질을 하는 너무도 솔직한 몇몇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었습니다.

저 안경쓴 아저씨의 시선을 보세요!



2초. 분주하고 고단한 삶과 이별하고 싶다.
거울을 보며 즐겁게 스스로를 꾸미는 여유 있는 아침을 맞기엔, 우리의 일상은 무척이나 분주하고 고달프지요.
출근은 9시 보다 일찍, 퇴근은 6시 보다 늦게 를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회사와 사회의 분위기는,
아침을 더욱 황량하게 만듭니다.
화장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습관은 그리고 사회적 시선은, 그녀의 손을 파우치로 이끌지요.
지각할까 걱정하며 지하철 역을 향해 부랴부랴 뛰쳐나왔을 그녀에게, 위로와 연대의 포옹을!
비슷한 아침을 견디어 내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변화시켜보자'라는 제안을 던져봅니다.
어떻게? 그건 같이 생각을 좀 해 봐요.
일단은 맘부터 ... 안되겠습니까?


3초.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길 그리고 신경 좀 꺼주길
관심 가져줘야 할일 엔 모르쇠하고, 신경 꺼줘도 될 일에 열을 올리는 분들이 어쩜 그리도 많은 건지....
한분은 그녀에게 무척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반감을 표시하더군요.
좀 작은 목소리였긴 했지만 '쯧쯧쯧, 화장 같은 건 집에서나 하지, 지하철에서 저에 뭐하는 짓이야!'
'요새 젊은 것들이란 게을러가지고서는!'
대체 그녀의 화장이 그에게 어떤 피해를 준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별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이에게 알량한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못해 안달이 난 짐승 한 마리가 눈 앞에 있을 뿐.
문뜩 그분의 대단한 소신(?)과 거침없는 행동력이 큰 힘 가진 이의 부정 앞에서도 동일하게 발휘될까 궁금해졌습니다. 이내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겠더라구요.

나처럼 자발적으로 화장을 거부한 여성들도
'게으르다는 둥, 예의가 없다는 둥' 이런 뒷말 안 듣고 맘 편히 사회생활 할 수 있고,
그녀처럼 바쁜 일상 속 시간을 쪼개, 지하철 안에서 필사적으로 화장을 하는 사람들도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길.

그리고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다른 삶을 만들어가는데
우리가 힘 모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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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3 금요일 오전 10시

아~ 많은 분들이 이 포스팅을 읽고, 의견을 달아 주셨군요.
찬찬히 댓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재미있고 생생한 견해들이 많네요. 제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논쟁이 붙은 걸 보며 좀 슬프기도 합니다. 
글을 안 읽고 제목만 보고 댓글을 다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하고...
여하튼 의도가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면, 제 글쓰기가 영~ 별로였다는 뜻이겠지요.

모든 글에 하나하나 댓글을 달아야 하지만,
필력도 공력도 딸려, 인사로 가늠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연휴 잘 보내고 있는 중

雜想 2009.01.25 19:20 posted by 차완무시
0124
금요일 밤에는 과하게 술을 마셨다. 부어라 마셔라는 아니었고 홀짝홀짝 먹다 보니 취해버렸다.
귀가길이 잘 기억이 안난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눈을 떴는데, 침대 주변에 옷가지가 널려 있고, 속옷바람이다.
아.... 이성의 끈을 놔 버렸군.
근데 어라 나 분명 현금이 없었는데,
더듬어 보니 택시를 탄 기억이 난다. 택시기사님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눈 것도 기억난다. 근데 돈을 출금한 기억은 없다. 카드로 계산을 했나? 주섬주섬 주머니를 살펴보니, 출금한 내역서가 나온다. 언제 돈을 뽑았나? 이런. 마지막 잔을 마신 것 까지 기억 나는데, 택시타러 큰길까지 나온 기억이 감쪽같이 날아갔다.
아, 후배녀석 난감했겠군. 어째, 그녀석과 술을 먹었다하면, 귀가 길이 기억이 잘 안나는 걸까.
여하튼 많이 먹긴 먹었다. 완전 '급' 줄어버린 내 주량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사이 뭔일 있었을까? 늙어서 주책이다.
아차! 문득 걱정스러워 휴대폰 통화목록을 살핀다.
그를 향해 수차례 발신한 전화 목록을 보면서, 제 머리를 쥐어 박는다.
아, 부모님과 같은 방에서 잔다고 했었는데....
어쩔 수 없다. 내가 아닌 내가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을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그저 미안한 마음만 품고 있어야지.

숙취에 몸도 무거웠다.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 올리고 끙끙거렸다.
엄니가 오가시며 한마디 하신다. 에구 에구 저 화상.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눈뜨면 물을 마셨다. 12시가 지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몸 속 알콜도 거의 다 분해 된거 같았다.

오후엔 선배와 가까운 극장에 가서 영화를 한편 보고 터덜터덜 걸어 들어왔다.
내린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서 빙판이 되었다.
미끌 두번 하니, 밖에 나가는게 귀찮다.  집안 칩거 모드로 돌입해야 겠군!


0125
결심대로 하루 종일
잠시 은행과 동네 슈퍼마켓을 다녀온 것 빼고는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쉽다. 완벽 칩거를 실현할 수 있었는데...
설 전의 분주함이 우리집에서 사라진지 2년째 되었다.
먹을 사람도 없고, 만들 사람도 없어서 설에 음식을 만드는 일을 그만두었다.
아무것도 안하니 몸도 편하고 맘도 편하다. 신난다.

점심 한때 서울에 눈보라가 쳤는데
따땃한 방안에서 창을 통해 내리는 눈을 보는 것도 꽤나 운치있다.
차를 한잔 만들어 홀짝거리면서 방청소를 했다.
옷장을 정리하고 한무더기의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책장 위 지저분한 소품을 싹 모아서 버려버렸다.
침대 시트를 정리하고 얼굴에 팩도했다.

오후엔 벼르고 벼르던 일본어 가나를 외웠고, 일본사 책을 중간까지 읽었다.
언어는, 역시, 젊을 때 배워야 한다. 일본 역사엔 왜 이렇게 크고 작은 싸움이  많은건가. 당시를 살아가던 민중들의 삶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속이 아리다.

아침엔 언니가 공수해 준 몇가지 전을 두어개 맛 보았고,
밥을 먹으려 했으나 쪼끔밖에 없어서 이것저것을 우겨 넣고 비빔밥을 해 먹었다.
점심과 저녁사이엔 씨리얼을 우유에 말아먹었고, 사과 반쪽과 귤 한개를 먹었다.

아... 신난다. 한량의 생활.
한 일주일 이렇게 지냈으면 원이 없겠다.

몸의 게으름이 도를 넘어섰습니다.
지방들이 들러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합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어떤 부분에서?
음. 일단 나의 일과를 나열해 봅니다. 그리고 어느 부분을 땜빵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 1. 알람 소리에 깨다.

    7시쯤 맞춰두었던 휴대폰 알람이 울립니다. 최대한 시끄럽고 자극적인 노래로 세팅해 놨었는데 어느덧 익숙해져서 이젠 자장가로 삼아도 될 듯 합니다. 모기장을 걷어 냅니다. 눈을 비비고 볼을 두어번 톡톡 칩니다. 남아있는 잠 부스러기들을 털어내는 행동입니다. 예전보다 잠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쉬워졌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 아침 잠이 줄어든다던데.. 훔. 그리 기쁘지만은 안은 듯하네요.

  • 2. 씻다.

    세수를 합니다. 사실 비누를 많이 사용해서 씻는것을 그다지 안조아라 합니다. 환경도 환경이지만, 너무 뽀득해져서 피부가 당기는건 약간 괴롭거든요. 밤에 샤워를 깔끔하게 한다면, 아침엔 대충 물만... 눈꼽떼기수준. 양치질을 합니다. 아침밥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꼴로 이를 닦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을 합니다. 아침 뉴스를 본다던가, 식탁 위에 있는 먹을꺼를 슬쩍 탐한다거나, 자고있는 동생을 깨우며 시비를 건다거나, 엄마께 밤새 편안하게 주무셨는지 안부를 여쭤보고 주사도 놔드리는.

  • 3. 거울을 보다.

    거울앞에 앉습니다. 참 안생긴 얼굴이네요. 피부가 갈수록 푸석푸석해집니다. 더더욱 직사광선에 바로 노출 시킬 수 없겠군요. 스킨과 로션을 대충 펴 바르고, 썬크림으로 마무리 합니다.

  • 4. 옷장문을 열다.

    널려있는 옷들 중에 대충 위아래를 주워 입습니다. 코디? 그런거 모릅니다. 모르는 채 여지껏 살았고 앞으로도 그다지 알것 같지 않습니다. 주위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안받게 입고다니면 된다가 저의 패션원칙 이죠. 아주 유용합니다. 지갑의 두께도 유지시켜주고요 ㅋ 옷을 다 입고선 휴대폰과 가방 등등을 챙깁니다.

  • 5.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 하고 집을 나섭니다. 엘리베이터앞에 섭니다. 가방안을 주섬주섬 뒤져서 쉴새없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조그만 기계를 작동 시킵니다. 이어폰을 귀에 밀착시키고 잠시 창밖을 봅니다. 흘러가는 안양천. 안양천변을 걷는 어르신들. 감상에 빠집니다. 아~ 평화로운 아침이구나. 회사 째고 나도 걷고 싶다.

  • 6. 엘리베이터 안

    아침엔 엘리베이터가 붐빕니다.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시선을 어디다 둬야 될지 약간 난감. 휴대폰을 꺼내들고 문자를 확인합니다. 기대하는 문자가 안와있으면, 약간 실망. 와있으면 답장을 보냅니다. 밤새 안녕 여부를 전하는 손가락이 분주합니다. 어느덧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해 있네요.

  • 7. 지하철 역까지

    잰걸음을 놀립니다. 지각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출근길은 서둘러야 할 것 같아서요. 지하철 역까지는 5분정도 걸립니다. 그다지 먼편은 아니에요. 5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환승역은 언제나 사람들이 엄청 나죠. 막 밀고 뛰고 그럽니다. 이용하는 무수한 사람들과의 마찰이 두려워지면, 지하철 역 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2호선 역으로 바로 갑니다. 역사안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가면서 가방안에서 책을 꺼냅니다. 거리가 가까워 몇 페이지 못 읽기 때문에 아쉽습니다. 역앞에 있는 수많은 무가지 중 하나를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패쓰합니다. 뭘 선택할지가 늘 망설여져서요. 노컷뉴스가 젤 볼만한 것 같은데.. 제가 이용하는 역에는 노컷뉴스가 없더라구요.

  • 8. 지하철을 타고

    땅속을 다녀서 이름이 지하철이지만 제가 타는 구간은, 지하가 아닙니다. 한강 위를 지나거든요. 내리는 쪽 방향으로 햇살이 작렬합니다. 하지만 열차 안 상황은 그다지 펼쳐진 풍경을 즐길만하지는 않아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낑낑거리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책을 읽는 공간의 마련을 위해 부지런히 몸싸움을 합니다.

  • 9. 내려서 걷다.

    몇정거장 안가서 내립니다. 가깝거든요. 내려서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탑니다. 계단으로 걷지 않아요. 힘들어서 하하^^ 역에서 사무실까지도 한 5분정도 걸립니다. 느릿느릿걸으면 2분정도 더 걸리죠. 하지만 역시 잰걸음이 됩니다. 마주 달려오는 차의 번호판을 읽으며 걷습니다.

  • 10. 도착

    사무실 입구. 음악이 나오는 기계를 끕니다. 한숨을 가볍게 쉽니다. 도착과 함께 허기가 밀려 옵니다. 배가 고파요.

이 리스트는 롤링리스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조언을 부탁드리는 의미에서.. 발행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