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만원지하철

3초 이상 본 2009.01.16 10:11 posted by 차완무시

눈이 온다.
눈 바닥에서 마구 뒹굴고 싶은 충동을 뒤로 하고  아쉽지만 지하철을 탔다. 출근은 해야 하니까.

꾸역꾸역 사람들이 계속 탄다.
잘 내리기 위해 문 옆자리를 고수하려 했지만  밀려드는 인파에 절로 몸이 뒤로 물러난다.

아.
다리가 꺾였다.
아.
팔이 비틀렸다.
윽.
누군가의 턱이 나의 머리를 내리누른다.

사방에서 탱크 처럼 누르고 미는 80kg 중량을 가진 인간들.
정말, 목적지에 정시에 도착하고자 하는 순박한 바램이, 이들로 하여금 이런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하게 하는 걸까?
신기하네 신기해...

팔 다리 몸통 머리가 따로 노는 것을 막아보고자 전신에 힘을 줘 약간의 틈새를 벌려보려 애 쓰지만.
두두둑.
관절이 뒤틀리는 소리와
끄으응.
나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삐져 나오는 신음만 나올 뿐이다.

지하철 타기전에 기분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분명 험한 말이 절로 나왔을꺼야.

드디어, 드디어, 광명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나는 지하철에서 내렸다. 잠시 멈춰서 헉헉 숨을 쎄게 쉰다.
멍해진 상태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네. 한동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운명하신 뇌세포에게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

계단을 오르려는데, 시원한 바람이 쑤욱~ 불어 몸을 훑고 지나 간다. 뭔가 자유롭다.
브레이지어가 풀려 버렸잖아! 어머! 이 야한 만원 지하철, 내 속옷을 풀어 버리다니!
무척... 당황스럽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며 사무실로 향하면서 끈 풀려 헛헛한 몸통을 몇겹의 옷으로 칭칭 휘감았다.
눈이 와서 참 좋긴 한데, 지하철이 실어나르는 초자연적 승객수를 온몸으로 느끼려니
나의 체력과 조건이 너무나 초라했다.
후 울 쩍.

몸의 게으름이 도를 넘어섰습니다.
지방들이 들러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합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어떤 부분에서?
음. 일단 나의 일과를 나열해 봅니다. 그리고 어느 부분을 땜빵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 1. 알람 소리에 깨다.

    7시쯤 맞춰두었던 휴대폰 알람이 울립니다. 최대한 시끄럽고 자극적인 노래로 세팅해 놨었는데 어느덧 익숙해져서 이젠 자장가로 삼아도 될 듯 합니다. 모기장을 걷어 냅니다. 눈을 비비고 볼을 두어번 톡톡 칩니다. 남아있는 잠 부스러기들을 털어내는 행동입니다. 예전보다 잠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쉬워졌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 아침 잠이 줄어든다던데.. 훔. 그리 기쁘지만은 안은 듯하네요.

  • 2. 씻다.

    세수를 합니다. 사실 비누를 많이 사용해서 씻는것을 그다지 안조아라 합니다. 환경도 환경이지만, 너무 뽀득해져서 피부가 당기는건 약간 괴롭거든요. 밤에 샤워를 깔끔하게 한다면, 아침엔 대충 물만... 눈꼽떼기수준. 양치질을 합니다. 아침밥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꼴로 이를 닦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을 합니다. 아침 뉴스를 본다던가, 식탁 위에 있는 먹을꺼를 슬쩍 탐한다거나, 자고있는 동생을 깨우며 시비를 건다거나, 엄마께 밤새 편안하게 주무셨는지 안부를 여쭤보고 주사도 놔드리는.

  • 3. 거울을 보다.

    거울앞에 앉습니다. 참 안생긴 얼굴이네요. 피부가 갈수록 푸석푸석해집니다. 더더욱 직사광선에 바로 노출 시킬 수 없겠군요. 스킨과 로션을 대충 펴 바르고, 썬크림으로 마무리 합니다.

  • 4. 옷장문을 열다.

    널려있는 옷들 중에 대충 위아래를 주워 입습니다. 코디? 그런거 모릅니다. 모르는 채 여지껏 살았고 앞으로도 그다지 알것 같지 않습니다. 주위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안받게 입고다니면 된다가 저의 패션원칙 이죠. 아주 유용합니다. 지갑의 두께도 유지시켜주고요 ㅋ 옷을 다 입고선 휴대폰과 가방 등등을 챙깁니다.

  • 5.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 하고 집을 나섭니다. 엘리베이터앞에 섭니다. 가방안을 주섬주섬 뒤져서 쉴새없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조그만 기계를 작동 시킵니다. 이어폰을 귀에 밀착시키고 잠시 창밖을 봅니다. 흘러가는 안양천. 안양천변을 걷는 어르신들. 감상에 빠집니다. 아~ 평화로운 아침이구나. 회사 째고 나도 걷고 싶다.

  • 6. 엘리베이터 안

    아침엔 엘리베이터가 붐빕니다.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시선을 어디다 둬야 될지 약간 난감. 휴대폰을 꺼내들고 문자를 확인합니다. 기대하는 문자가 안와있으면, 약간 실망. 와있으면 답장을 보냅니다. 밤새 안녕 여부를 전하는 손가락이 분주합니다. 어느덧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해 있네요.

  • 7. 지하철 역까지

    잰걸음을 놀립니다. 지각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출근길은 서둘러야 할 것 같아서요. 지하철 역까지는 5분정도 걸립니다. 그다지 먼편은 아니에요. 5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환승역은 언제나 사람들이 엄청 나죠. 막 밀고 뛰고 그럽니다. 이용하는 무수한 사람들과의 마찰이 두려워지면, 지하철 역 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2호선 역으로 바로 갑니다. 역사안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가면서 가방안에서 책을 꺼냅니다. 거리가 가까워 몇 페이지 못 읽기 때문에 아쉽습니다. 역앞에 있는 수많은 무가지 중 하나를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패쓰합니다. 뭘 선택할지가 늘 망설여져서요. 노컷뉴스가 젤 볼만한 것 같은데.. 제가 이용하는 역에는 노컷뉴스가 없더라구요.

  • 8. 지하철을 타고

    땅속을 다녀서 이름이 지하철이지만 제가 타는 구간은, 지하가 아닙니다. 한강 위를 지나거든요. 내리는 쪽 방향으로 햇살이 작렬합니다. 하지만 열차 안 상황은 그다지 펼쳐진 풍경을 즐길만하지는 않아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낑낑거리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책을 읽는 공간의 마련을 위해 부지런히 몸싸움을 합니다.

  • 9. 내려서 걷다.

    몇정거장 안가서 내립니다. 가깝거든요. 내려서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탑니다. 계단으로 걷지 않아요. 힘들어서 하하^^ 역에서 사무실까지도 한 5분정도 걸립니다. 느릿느릿걸으면 2분정도 더 걸리죠. 하지만 역시 잰걸음이 됩니다. 마주 달려오는 차의 번호판을 읽으며 걷습니다.

  • 10. 도착

    사무실 입구. 음악이 나오는 기계를 끕니다. 한숨을 가볍게 쉽니다. 도착과 함께 허기가 밀려 옵니다. 배가 고파요.

이 리스트는 롤링리스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조언을 부탁드리는 의미에서.. 발행을 했습니다. ^^;)

  1. Commented by 心이 at 2008.09.08 10:27

    어. 왜 썬크림만 발라요. 잉잉 (어떻게 된 겁니까. 쳇)
    저도 동생이랑 배드민턴이나 해볼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저녁 일상이 중요할 거 같은데 왜 안 적으셨나요 ㅋㅋ 술만 좀 줄여도....ㅋㅋㅋㅋ)

    • Commented by 차완무시 at 2008.09.08 11:21

      아. 일주일에 한번은 한가지를 더 발라요. ^^; 그런데 아직도 익숙치가 않아서 매일매일 습관으로 정착이 안되고 있어요. 아으~

  2. Commented by 풀리지않는 신비 at 2008.09.08 10:33

    나이가 먹는다고 아침잠이 없어지진 안는것 같아요
    난 아직고 아침에 잠이 많아요
    좀더 나이를 먹어야 하나 ㅋㅋㅋ

    • Commented by 차완무시 at 2008.09.08 11:24

      하하.. 전날 술을 마시면 저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척 힘이 들어요. 그나저나... 엘리베이터를 안타고, 에스켈러이터도 안타면 살좀 빠질까요?